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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록물을 다루는 직업

무표정지니 2025. 7. 4. 20:41

오늘은 행정과 역사 사이에서 조용히 국가의 기억을 지키고 있는, 공공기록물 관련 직업군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뉴스에 나오지도 않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없지만, 이 직업은 한 사회의 책임과 흐름, 변화의 근거를 남기는 일입니다.
공공기록물을 다루는 사람들은 과거의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사회가 참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공공기록물’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와 관련된 직업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왜 점점 더 중요한 역할로 부각되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공공기록물을 다루는 직업
공공기록물을 다루는 직업

 

 

공공기록물이란? 행정의 부산물이자 국가의 기억


공공기록물이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성하거나 접수한 모든 형태의 문서·전자파일·음성·영상 등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 시청에서 작성한 회의록, 공문, 민원 처리 기록
  • 교육청이 발행한 학생 통계와 학사 문서
  • 경찰서의 사건보고서
  • 코로나19 대응 회의 음성 파일
  • 국가 행사 생중계 영상

이처럼 공공기록물은 단순히 '종이문서'에 그치지 않으며, 디지털화된 대용량 자료를 포함해 시간·공간·형식을 초월한 국가의 일상 데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들은 일정 기간 후 폐기되거나, 영구 보존 대상으로 분류되어 국가기록원이나 시도기록관에 보존됩니다.
바로 이 보존과정과 활용을 담당하는 이들이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기록연구사’, ‘기록사서’ 등으로 불리는 공공기록물 전문 인력입니다.

 

공공기록물 관련 직업군은 무슨 일을 할까?


공공기록물을 다루는 직업군은 보통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합니다.

기록 수집 및 분류
행정기관에서 생성된 각종 문서, 사진, 전자기록 등을 수집하여 분류 기준에 따라 정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문서 단위’가 아닌 ‘업무 흐름 단위’로 이해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기록 평가 및 폐기 결정
모든 기록을 영구 보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치 평가를 통해 일정 기간 후 파기할 것인지, 장기 보존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이때 법률적, 행정적 판단 능력과 윤리 기준이 필요합니다.

 

기록 보존 및 디지털 전환
종이문서를 디지털 파일로 전환하거나, 기존의 전자기록을 장기 보존이 가능하도록 포맷을 정리하고 백업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최근에는 AI 기반 기록 자동 분류 시스템을 설계·운영하는 업무도 포함됩니다.

 

기록 열람 및 정보공개 지원
기록물이 보존되면 그것을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 업무도 필요합니다. 민원인이 과거 인허가 내역을 찾거나, 언론이나 학자가 특정 기록을 요청할 때 자료를 찾아주고, 제공 범위를 판단합니다.

 

기록물 교육과 정책 제안
행정기관 내 모든 공무원이 기록물 관리 의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 교육과 지침 제작, 정책 제안까지 아우르는 역할도 수행하게 됩니다.

 

이 직업은 단순한 사무보조가 아니라, 국가행정의 모든 흐름을 읽고, 해석하며, 남기는 고도의 판단과 통찰이 필요한 일입니다.

 

왜 지금 공공기록 관련 직업이 주목받는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의 가치가 커지고 있습니다.

 

첫째, 기록은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의 근거입니다.
부실 행정, 사고 발생, 예산 낭비 등 논란의 중심에는 늘 ‘기록이 있느냐, 없느냐’가 있습니다.
실제 행정실무에서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의 경위조차 파악되지 않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럴 때 기록관리자는 공공성의 감시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둘째, 디지털 전환 속에서 기록 관리의 난이도가 높아졌습니다.
AI 문서 생성, 클라우드 저장소, 메신저 업무 활용 등으로 전통적 기록 기준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오면서, 이제는 기록물 전문가가 기술·법·윤리를 아우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셋째, 사회적 관심 증가와 함께 전문 인력의 제도화가 진행 중입니다.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은 공공기관 의무 배치 대상이 되었고, 국가기록원 등에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록학, 문헌정보학, 행정학, 정보관리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기록연구사 국가자격 시험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기록물 관리직은 지속적으로 확장 중인 전문직군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남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남겨야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 바로 공공기록물 관련 직업군은 국가의 기억을 설계하는 보이지 않는 건축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이들.
그 결정은 단지 행정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 민주주의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공공기록물을 다루는 직업은 조용하지만 필수적인, 지속 가능한 전문직의 좋은 예이며, 앞으로도 그 수요는 꾸준히 확대될 전망입니다.